[다큐 온 해남 농부 화가 김순복 유기농 작물 농사꾼]

트랙터를 몰며 넓은 밭을 일구는 억척 농부 김순복 씨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화가 김순복”입니다. 스케치북 위에 색연필로 그려내는 그녀의 그림에는 자식을 위해 평생 흙을 일구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과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고향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김순복씨-그림
출처-다큐온

화가 김순복 씨 그림에서는 참기름처럼 고소한 향기가 풍겨나고 있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거창한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농부 화가 김순복 씨는 전남 해남에서 8천 평의 넓은 밭을 일구며 단호박, 대파, 봄동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트랙터를 모는 여성 농부로 손 많이 가는 유기농 농사도 거침없이 해내고 있어 농사 잘 짓는 똑순이 농부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지금 보는 모습은 타고난 농사꾼이지만 그녀는 시집을 오기 전까지 농사라고 전혀 모르던 도시여자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화가가 꿈이었던 도시 아가씨가 26세에 아홉 살 나이 많은 남편을 만나 이곳 해남가지 오게 된 것입니다.

 

배추밭에-김순복
출처-다큐온

 

힘든 농사일와 시집살이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5남매 때문입니다. 하지만 17년 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인생은 온통 무채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남겨진 아이들을 키워야 했기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던 그녀를 지탱 시켜 온 힘은 무엇일까요?

 

평생 자식들을 키우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 57세 생일날 딸이 선물한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받는 순간 그녀의 인생에 다시 고운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화가로서의 삶은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 본 적 없었지만 평생 가슴에 담아두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을 스케치북 위에 쏟아 냈습니다.

김순복-그림
출처-다큐온

그녀가 5년 동안 그림 그림만 무려 150여 점이나 됩니다. 지난 2017년 그녀의 그림을 눈여겨본 한 미술관 관장의 제안으로 첫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삶의 무게에 지칠 때마다 어린 자식들의 귓가에 “엄마는 이다음에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 거야”라고 속사였던 그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손복 씨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어느 고향에나 있을 법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위해서 경운기를 모는 아흔 살의 남편과 가끔은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서로를 소 닭 보듯 한다며 투덜대지만 한평생 갈라서지 못하고 살고 있는 천생연분인 노부부, 순복 씨는 고향 마을 사람람들의 삶을 그림으로 기록합니다.

김순복-그림
출처-다큐온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농촌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 속에서 주인공이 됩니다. 가족같이 지내고 서로 일손을 돕는 동네 할머니들 또한 그녀의 그림 속에 들어와 수다를 떨고 울고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순복 씨의 스케치북에는 정직하게 살아가는 정겨운 사람들이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은 누구에게나 향수로 남아 있을 “고향의 풍경”이 되어 다정한 위안처럼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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